즐겁게 친구들과 손을 잡고 공을 던지고 뛰어다닐 때의 나는 사랑이란 것은 어머니가 아버지를 향해 웃어주며 내가 보지 않는 틈을 타 몰래 수줍은 소녀의 얼굴을 하고 아버지의 볼에 살짝 입을 맞추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소년의 모습으로 짓궂은 얼굴로 어머니를 뒤에서 껴안고 웃음지으며 속살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했던 사랑이란 것은 달콤하고 간지러워 절로 웃음이 나오는 그런 따스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허나 너를 만난 이후 내 마음 속 몰아치는 폭풍우에 나는 분노를 배우고 체념을 배우고 너를 향해 내 모든 것을 비틀고 찢어 갈기어 내던지는 것을 배웠기에 비로소 사랑이란 것이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배웠다.
끊임없이 너를 향해 던지는 나의 눈물을 너는 비웃듯 강렬한 빛을 내보이며 그저 자라만 갔고 나의 가슴은 한없이 너덜거려 나는 사랑이란 것의 기쁨보다는 그 못난 감정의 처절함만을 맛보아 조금 주어지는 너의 웃음과 너의 손끝과 나를 향해 속삭이는 너 스스로를 향한 믿음만으로도 그저 행복해하는 어리석은 광대가 되어버려, 결국 나는 나의 사랑에 굴복할 따름이다. 나의 사랑, 나의 눈물, 나의 아름다운 그대여. 나는 그저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을 사랑하는 나를 사랑하여 이 마음이 더없이 소중해 지금의 나를 돌아보지 않을 뿐으로 그대여, 그저 달려 나가 나 같은 것은 무자비하게 짓밟은 채 올라서기를. 아아, 나는 어떠할 수 없이 너를 사랑한 나의 마음을 그 자체를 사랑할 수 밖에는 없는 것이기에.
편지를 찢어버리듯 마음이란 것도 찢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 또한 종이짝 마냥 찢어져 읽을 수 없게 되어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편지를 찢고 또 찢어서 더 이상 찢을 수 없을 지경이 될 때까지 찢어놓은 후 고우는 가위를 찾아내 그 작은 종이조각들을 또 다시 오리고 오리고 또 잘라내었다. 글자 하나하나 정성껏 잘라내 도려낸 후에야 눈물 한 방울이 데굴데굴 굴러 내린다. 어제도 편지를 쓰고 이렇게 잘라내 버렸단다. 오늘도 이렇게 꽃잎마냥 잘려진 편지를 버린 후에 무릎 사이 머리를 파묻고 혼자 소리 죽여 울고 난 후에야 저 파란 하늘 아래로 태연히 뛰어갈 수 있을 텐데, 유난히 하늘도 아름다워 가슴이 사르르 녹아 내릴 듯 서글펐다. 부치지 않을 편지가 한 통 한 통 마음속에 쌓여 어느새 이만큼 눈물이 되었는데. 타쿠미는 이제 생글생글 웃으며 벚꽃을 기다릴 줄 알게 되었다. 고운 꽃잎 하나에 웃음을 짓고 지나치는 바람에 제법 농을 부릴 줄도 아는 그 소년이 밉고도 밉고 곱고도 고와 부루퉁한 얼굴로 고우는 그저 뒤로 물러나 발끝만 바라보게 되었다. 마냥 미울 줄만 알았더니 혼을 쏙 빼가 어느새 가슴엔 조그만 새싹 하나가 힘없이 솟아나와, 아무리 뽑아내고 아무리 짓밟아 봐도 어쩜 그리 질긴지 이제는 한 가득 넓은 꽃밭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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